짠내나는 절수페달 DIY 1

짠내나는 절수페달 DIY 1

마지막 포스팅(2022년 12월 1일) 이후 거의 석 달만에 포스팅. 자작 공기질 측정기 개선작업은 게으름으로 미적거리던 중 이사가 다가오면서 공구나 기타 부속들을 박스 하나에 때려박아놓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

대신 전기식 절수기(이하 절수페달)을 만들어봤다. TMI지만 배경을 설명하자면... 집에서 설거지는 나의 담당. 와이프는 식기세척기를 들이자고 하는데, 난 손대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운 물로 뽀득뽀득 설거지하는 그 느낌이 때문에 그냥 손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사 오기 전 집에는 하츠사의 절수페달이 달려있어서 유용하게 썼다. 설거지 마스터(?)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손에 세제 거품 묻히고 수전 레버를 만지면 거품도 묻고, 수전 아래 선반에도 거품물이 떨어진다.  발로 스위치를 밟아 작동시키는 절수페달은 설거지 도중 물을 잠깐씩 멈출 때 매우 유용하다.

절수페달을 하나 구입하고자 검색해봤더니, 이름 좀 들어 본 회사의 제품은 10만원을 훌쩍 넘고, 처음 들어보는 회사서 만든 제품이라도 8~9만원쯤했다. 와이프에게 상신(?)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절수페달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다가 구조가 간단해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만 하나 알리에서 사고, 집에 있는 부품을 집어넣으면 될 것 같았다. 만약 처음부터 모든 부품을 다 구입해야 했더라면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솔레노이드밸브(위)와 Sonoff SV(아래)

알리에서 12v로 작동하는 NC(Normally Close) 타입 솔레노이드 밸브를 4.5달러 정도에 구입했다. 기존의 절수페달이 NC 타입을 쓰는 것 같아서 별 생각없이 NC 타입을 샀는데, 만들면서 생각해보니 내 루틴에는 NO(Normally Open)타입이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든다. 하지만 이미 구입한 것 어쩔 수 없다.  아래는 Sonoff SV라는 놈인데, SV(Safe Voltage)라는 모델명 답게 7~24v로 작동하는 녀석이다. 이녀석은 한참 전에 12v로 작동하는 이케아 조명(수면등으로 사용)을 제어하기 위해 구입했었다. 하지만 이케아 전용 커넥터를 구하기 어려워서 그냥 방치해뒀던 제품이다.

집에 220v로 작동하는 Sonoff Basic도 여러개 굴러다니지만,  이 녀석을 선택한 것은 물 다니는 곳에 220v를 쓰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놈을 사용하기로 맘먹었기 때문에 솔레노이드밸브도 12v짜리를 선택한 것이다.

만드는 것이야 원리만 이해하면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원리(?)를 좀 설명해보겠...

솔레노이드 밸브에 대해 내가 이해한 바는, 전기가 들어가면 작동하는 전자석이 물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싱크대 수전에서 물이 들어오는 길목에 솔레노이드 밸브를 달아서 열었다 닫았다하면, 물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NC 타입은 전기가 들어가지 않을 때 물길이 닫혀있다가 전기가 들어갔을 때 물길이 열리고, NO 타입은 반대로 전기가 들어가지 않을 때는 열려있다가 전기가 들어가면 닫히는 구조로 돼있다. 앞서 NO 타입을 선택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전기가 들어가지 않을 때 물길이 열려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자작 절수기가 설치된 상태에서 정전이 되면, NC 타입의 솔레노이드 밸브는 물길이 닫힌 상태가 된다. 물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시중에 파는 절수페달의 경우 NC 타입의 솔레노이드 밸브를 쓰지만,  손으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밸브가 달려있기 때문에 정전 때라도 사용할 수 있다.  자작 절수기에서 NO 타입을 썼다면 정전이라도 물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물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존 절수페달이 NC 타입을 선택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수전 레버를 열어둔 채 절수페달만으로 물을 열었다 닫았다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 경우 NO 타입을 쓴다면 갑작스러운 정전 때 물이 쏟아져 나와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NC 타입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최악의 경우 업체에선 이 같은 상황에서 손해를 배상해야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여튼, 지금 내가 만든 절수기에선 정전 땐 물을 쓸 수 없다. 그런데 요즘엔 정전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아서 그냥 강행하기로.

다시 만들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Sonoff SV에 Esphome으로 만든 yaml 코드를 업로드했다. Sonoff SV에는 플래싱용 핀헤더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플래싱용 핀을 납땜해줘야 한다. 납땜기 꺼낸 김에 12v 전원 입력부와 솔레노이드 밸브 연결부에 커넥터까지 땜질해줬다.

그리고 욕실에서 잠깐 테스트를 해보니 생각대로 잘 동작한다.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한 뒤 언젠가 쓸 날이 있을 것 같아서 사놓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솔레노이드 밸브와 Sonoff SV를 넣고 글루건으로 붙여줬다. (뚜껑도 있다).

참고로 가운데 붙어있는 것은 DS18B20 온도센서를 붙이기 위한 것이다. DS18B20 2개를 난방 입수쪽와 출수쪽에 각각 부착해 난방수 입수 온도와 출수 온도 추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 난방수 온도 확인 프로젝트는 절수기 프로젝트와 별개로 먼저 진행되고 있었는데, 난방비 측정 방식이 유량계가 아닌 적산열량계로 밝혀지면서 중단됐던 차였다.)

여기까지 만들어 놓고, 이제 주방 수전에 부착하기 위한 부속들을 주문했다. 역류방지기 2개, 수전쪽 연결 호스 2개 및 어댑터에 배송료까지 2만7000원이나 됐다. 온라인 폐지줍기 + 각종 이벤트로 모아둔 네이버 포인트를 탈탈 털어 실제로는 1만원 정도만 지출했다.

앞서 가성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은 솔레노이드 밸브에 전원 제어하기 위한 Sonoff, 전원 어댑터, 수전 연결용 부속, 솔레노이드 밸브 제어를 위한 지그비 버튼 등을 모두 새로 산다면 완제품을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주문한 부품들이 오면 설치 후에 최종적으로 포스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