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켓몬 가오레 디스크(?) 제작기
![디지털 포켓몬 가오레 디스크(?) 제작기](/content/images/size/w2000/2023/10/KakaoTalk_20231013_13182105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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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최근에 푹 빠져있는 '포켓몬 가오레'라는 게임. 포켓몬에 빠져살다보니 이 게임도 거의 매주 하러 가는 것 같다.
비싸면서 아주 단순한 게임이다. 우선 1500원을 넣으면, 게임이 시작되는데, 이 때 아래처럼 생긴 '가오레 디스크'라는 것을 준다. 그려져 있는 별 개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데,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다. 물론 높은 등급의 디스크를 받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아래 그림은 4등급 '대짱이' (QR코드는 처리해서 인식이 안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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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디스크가 내가 가진 포켓몬이다. 디스크를 기계에 넣고 '배틀'을 하면 포켓몬을 잡을 기회를 준다. 게임 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기계에 달린 두 개의 버튼을 신나게 누르기만 하면 된다.
배틀이 끝나서 상대 포켓몬을 잡으려면(디스크를 받으려면) 1500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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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마다 가서 2~3만원씩 쓰다보니 집에 가오레 디스크가 넘쳐난다. 그냥 들고다닐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서 디스크 보관함도 사줬다. 게임하러 갈 때마다 내가 챙겨야하는데, 큼지막한 보관함 들고다니기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종의 올인원 디지털 가오레 디스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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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에서 LCD가 달려있는 ESP32 보드를 샀다. Lilygo T-diaplay S3이다. 가오레 디스크에 인쇄된 QR코드를 게임기 카메라가 인식하는 방식이라 QR코드를 따서 위치에 맞춰 LCD에 뿌려주면 될 거 같았다. 요렇게 앙증맞은 케이스에 고이 담겨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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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위치 세팅은 나중에 삽질을 통해서 하도록 하고, 우선은 생각대로 동작하는지 검증해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구글링 해가며 Esphome으로 펌웨어를 만들었다. 위의 대짱이 사진에서 QR코드만 딴 이미지 하나와 대짱이 가오레 디스크 전체 이미지 하나, 총 2개를 넣었봤다. 1번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가 돌아가고, 2번 버튼을 누르면 딥슬립(Deep sleep) 모드로 들어가도록 했다. 따로 전원 버튼이 없기 때문이다. 딥슬립 상태를 벗어나려면 다시 1번 버튼을 누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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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움짤처럼 생각대로 잘 동작했다. 남은 과제는 ①배터리를 연결하고, 적당한 케이스를 씌워주는 것 ②가오레 디스크 QR코드 찍어서 위치 맞추기 노가다. 요렇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과제는 쉽지 않다. 이 제품이 가오레 디스크의 2배 정도 두께인데, 뒤쪽에 배터리를 배치하고 케이스까지 씌우면 훨씬 두꺼워져 기계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USB 단자 아래쪽으로 달아 길쭉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과제도 시간이 꽤 필요하다. 가오레 디스크 실물을 하나하나 다 사진으로 찍어서 QR 코드만 잘라낸 뒤 적당한 뒤 올인원에 넣고, 일일이 가오레 디스크 실물과 비교하면서 위치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만들어놓고 나니 왠지 더 진행이 안될 것 같다. 포켓몬 가오레 게임 제작사가 비정품 디스크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쪽지를 기계마다 붙여놓은데다 애기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이걸 꺼내 게임기에 넣을 엄두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주문할 때 부터 실제로 쓰지 못할 것 같았지만... 꼭 쓸모있는 것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지난 주말에 어김없이 가오레를 하러가서 봤더니... 가오레 디스크 투입구가 좁아서 가오레 디스크 2개도 겹쳐서 안들어갈 정도였다. 디지털 포켓몬 가오레 디스크는 더 손 써볼 것도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였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