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쓰레기통과 미니 건널목 - 아들 장난감
아들은 어려서부터(지금도 어리지만)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자기가 무언가 했을 때 피드백이 오는 게 신기했나보다.
2020년 세종시에 있을 때 아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동 쓰레기통'이었다. 크린넷이라고 불리는 설비인데, RFID카드를 태그하면 쓰레기통 문이 열리고 쓰레기를 집어 넣으면 문이 닫힌다. 이후 주기적으로 압력을 이용해 쓰레기장으로 빨아들이는 시스템이다. 쓰레기 수거를 위해 쓰레기차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훌륭한 시스템인데, 관로가 막힌다거나 부식돼 파손되거나하는 문제가 없지는 않은거 같다.
여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레기통 보러 돌아다니자고 졸라댔고, 오로지 쓰레기통을 보겠다는 이유로 다른 단지도 돌아다녔다. 쓰레기통 투어를 위해 남양주 별내지구, 김포 한강신도시, 대전 도안신도시 등 크린넷이 설치된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해(물론 나의 만들기 욕구 충족도) 장난감 쓰레기통을 만들어봤다. ESP8266이 탑재된 Wemos D1 mini에 RFID 모듈과 서보모터, MP3 모듈에 신호등LED까지 조합해 만들었다. 한동안 아두이노를 쓰다가, 홈IoT에 취미를 붙이면서 ESP8266 + Esphome이 만들기의 주력이 돼 이런 조합을 선택한 것이다. RFID를 갖다대면 "투입구가 열립니다", "투입구가 닫힙니다"등의 소리도 난다. (소리를 입히기 위해 쓰레기통을 돌아다니며 해당 멘트를 핸드폰으로 녹음했던 건 비밀ㅋㅋ) 한동안 아들이 잘 가지고 놀았지만, 결국 부실한 구조 탓에 뚜껑이 부러져버렸고, 아들이 크면서 관심사가 바뀌어 현재는 아들 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다.
쓰레기통과 더불어 아들이 또 좋아했던 것은 건널목에 설치된 장애인용 음향신호기였다. 버튼을 누르면 여기가 어디고, 어느 방향 신호등이다라는 점을 알려주는 그것 말이다.
그럭저럭 신호등처럼 만들어봤다. 남는 ESP8266이 없어 이번엔 ESP32에 Esphome으로 만들었다. 빨간불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는 건널목이라는 멘트가 나오고, 초록불로 바뀌면 "XX방향 건널목에 녹색신호등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초록불이 점멸 신호로 바뀌면 "점멸 신호로 바뀌었다"는 멘트가 나오고, 빨간불로 바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버튼을 누르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다음 신호에 건너세요"라는 지시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이걸 반복. 야매로 Esphome 코드를 짜봤지만, 로직이 복잡해서 그런지 완벽하게 동작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들은 신기해하며 한 일주일 잘 갖고 놀았다.
현재는 관련 부품을 모두 빼내어 다른 데 썼고, 만능기판마저 썰어내서 다른 데 써서 원형이 남아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