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서버 구축기 – 프롤로그

홈서버 구축기 – 프롤로그

우리집에 ‘홈서버’라고 부를만한 것이 존재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결혼 전 와이프가 쓰던 LG XNOTE P300(바로 위 사진)에 Xpenology를 올렸던 게 첫 서버였다. 와이프가 대학 다닐 때 꽤 비싼 돈을 주고 산 노트북인데, 내게 처분권한이 허락됐을때 이놈은 화면에 세로줄이 가득한 상태였다. 사족을 달자면, 얘는 발열로 GPU에 냉납이 발생해 화면이 이상하게 나오는 고질병이 있었다. 구글에서 이미지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사례들이 나올 정도다.

배터리도 완전히 방전됐고, 화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쓰레기장으로 가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쨌든 새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는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공유기가 TV 뒤에 있었기에, 얘도 TV 뒤에 짱박혀 있었다. 가끔 하드 읽는 소리도 들렸고, 팬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지만, 2년 가량 숨어서 소임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 날 잠깐 정전으로 인해 꺼진 줄도 모르고 고장났다고 판단, 새 기기를 영입하면서 은퇴하게 된다.(물론 와이프는 아직도 모른다)

두번째 서버로 활용된 녀석은 기가바이트사의 베어본 브릭스다. 가로 세로가 10cm 남짓한 정사각형의 깜찍한 녀석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파일서버로만 활용하고 있었으니 CPU가 N3010이라고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P300보다 묘하게 느렸다는 게 함정

얘도 한 2년 잘 썼다. 그러다가 ‘도커’라는 걸 접하게 됐다. 복잡한 설정 없이 이미지를 받아서 딱 올리기만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들렸다. 여러 이미지를 돌리고 싶었고, 애기가 태어나면서 사진도 늘어나니 저장용량(2.5인치 하나 밖에 안들어감)에도 불만이 생겨 겸사겸사 바꾸기로 맘먹었다.

2019년 당시 코인 채굴장에 끌려갔다가 뛰쳐나온 ‘타오나스’가 눈에 들어왔다. J1900 ITX 보드에 4베이 나스 케이스까지 해서 10만원 미만에 팔려 어마어마한 가성비를 자랑했다. J1900이나 기존에 쓰던 N3010이나 별 차이는 없어 보여서 타오바오에서 케이스만 2만원가량에 샀다. 여기에 J3455 ITX 보드를 2cpu에서 5만원쯤에 샀고, 아마존에서 5TB짜리 하드도 직구해서 구성을 완료했다. 두어달쯤 지나 파워 팬소리가 거슬려(CPU 팬은 없음) 알리에서 DC to DC 보드도 하나 주문해 저소음으로 쾌적하게 사용했다.

이 J3455는 불과 몇달 전까지 우리집에선 없어선 안될 ‘효자’ 노릇을 했다. 홈 IoT를 위한 Homeassistant부터 파일서버, 개발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업무상 만들어 놓은 파이썬 파일 구동, html 테스트까지 이놈이 모두 담당했다.

큰 불만없이 잘 쓰던 올해 2월, 2CPU를 기웃거리다가 16코어 32쓰레드 제온 D-1581 CPU가 임베드 된 메인보드를 중국에선 대략 20만원 이하에 살 수 있다는 글을 봤다. 16코어 32쓰레드라니! 가슴이 뛰었다. 짱구를 굴려봤다. 한 40만원 안쪽에서 16코어 32쓰레드, 64GB 램을 탑재한 서버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이프에게 기존 서버 및 노트북 등 불용품 처분으로 큰 비용 부담없이 새로 서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허락을 얻었다. 타오바오에 접속해보니 버전이 2개가 있었다. 659위안짜리 제일 저렴한 것을 바로 주문했다. 배송대행지 수수료, 국내 배송비까지해서 15만원이면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즈음 중국 상하이가 코로나 봉쇄에 들어가며 배송이 속절없이 밀렸다. 한 달쯤 지나니 갑자기 깡통보드를 300명 한정(중국어 잘 몰라서 대충 찍어봤음)으로 458위안에 판다고 한다. 봉쇄 때문에 배송을 못하는데, 그 동안 손가락 빨 수는 없으니 싸게라도 내놔야 돈을 땡길(?)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여튼 기존 주문을 취소하고 458위안에 새로 결제했다. 수수료·배송비까지 포함해 대략 12만원선에서 끊은 것 같다.

4월 중순 마침내 중국에서 택배가 도착했다. 서버용 DDR3-L 16GB 램 4장(개당 2만8000원 + 배송비 3000원), 설치할 때만 필요한 그래픽카드(지포스 210)도 중고(8000원 + 배송비 2500원)로 하나 샀고, PC 케이스는 미들타워 중 제일 저렴한 ‘컴이지 킹덤 라이트'(1만5000원 + 배송비 3000원), 파워(정격 500W-중고 1만5900원 + 배송비 3000원)까지 대략 28만원선에 서버 구축을 완료했다. 하드디스크는 기존 나스에 있던 5TB와, 집에 굴러다니는 하드 2TB, 1TB를 재활용하기로 했다.